2011년 6월 9일

멋진 시(詩), '가난한 내가 나타샤를 사랑해서'

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영어 한마디를 보내고 있는 김 윤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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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기 전라도 정읍에 게신 박 정희 시인님께서 보내 주신
아름다운 '시(詩)'를 여러분에게도 소개 해 드립니다.
 
박정희님은 2003년에 문예 한국 신인상을 받아서 문단에 등단하신 시인으로
<문학의 숨결을 찾아서>(신아출판사. 2009)라는 책도 내셨습니다.
이 책은 박정희님이 300편 이상의 책을 읽고, 그중에서 81편의 책의 감상문을
담은 아주 보기 드문 책이죠. 자~, 박정희 시인께서 보내 주신 정말 아름다운
'시(詩)'를 보세요. 끝까지 읽어보시면, 정말, 아름다운 한국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십니다. 우리 시가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는지 미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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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 白石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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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출이 : 뱁새

* 마가리 : '오막살이'의 평안 방언

* 고조곤히 : '고요히'의 평북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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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白石 : 본명 백기행.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오산보고와 일본의 아오야마(靑山)학원을 졸업하고,

조선일보 출판부에서 근무. 1935년 조선일보에 시 「정주성(定州城)」을 발표하며 등단하였음.

1936년 시집 『사슴』을 간행하였으며,

해방 후 고향에 머물다 1995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짐.

 

시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시인 백석을 모르면 시 자체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월과 만해 한용운, 정지용(시 '향수'로 잘 알려진)세 인물에 의해

초석을 다진 것으로 알려졌던 우리 현대시의 역사는 1980년대 초반 백석 시의 발굴로

우리 시사는 한층 새롭고 풍요로운 진영을 갖추게 됩니다.

 

백석 시가 현대시사에서 갖는 가장 기본적인 성취는 '모국어의 확장'이라고 할수 있는데,

무수한 평안 방언들에 국한 시키지 않고 다른 지역 언어들도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백석은 남도의 통영에서 멀리 북관을 거쳐 만주 지역에서 한 동안 체류하는 등

드넓은 지역에 걸쳐 많은 기행을 하며 그가 거쳐 간

모든 지역의 언어들이 그의 시에 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고어를 포함 우리 토착어들이 무수히 등장하며 방언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은 방언보다 대부분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순우리말들이란 것입니다.

감각어의 구사도 다채롭고 화려하여 의성어와 의태어의 활용으로

우리말의 특성이 백석 시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소월이 우리말의 선율을 아름답게 가꾼 시인이고, 정지용이 우리말을 조탁한 시인이라면,

백석은 우리말을 채집한 시인이며,

시에서 언어의 중요성을 최초로 자각한 시인이 정지용이라면,

백석 시인은 풍요로운 우리의 낱말 밭에 심어져 있는 주옥같은 말들을 캐내어

시를 쓴 최초의 시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백석의 시집을 손에 쥐고 시 한 행을 읽고

역주(譯註)를 보며 또 한 행을 읽고 이렇듯 번갈아가며

저는 백석의 시를 통해 아름다운 우리말에 다시금 매료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단어들을 소개하니

차분한 마음으로 우리말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길 바라며... 

 흙꽃(흙먼지), 무연한(아득하게 너른), 따디기(따지기.이른 봄 얼었던 흙이 풀리려고 하는 무렵),

모래톱(모래사장), 장글장글(바람없는 날에 해가 살을 지질 듯이 조금 따갑게 내리쬐는 모양),

쇠리쇠리-하다('눈부시다'의 평북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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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어때요? 우리가 고등학교때, 이렇게 아름다운 한국의 시를, 이렇게 아름답게

공부를 했더라면...하는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 시 한편을 감동과 함께 멋지게

공부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멋진 시와 설명을 보내 주신 박 정희 시인님께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아름다운 한국말의 매력에 흠뻑 빠져봤습니다!

 

일본 동경에서 김 윤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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