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영어 한마디를 보내고 있는 김 윤태 입니다.
오늘 9월 19일(월요일), 여기 일본은 '경로의 날'로 휴일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영어 한마디 대신에, 저희에게 늘 멋진 시를 보내주시는
저기 전라도 정읍에 계신 박 정희 시인님께서 주신 멋진 시 한편을 보내 드리는
걸로 대신하겠습니다. 이 가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 한통 쓰고 싶어지게 하는
이 시를 같이 감상하면서, 오늘 월요일 아침을 같이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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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 복 *
- 유 치 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나는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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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馬 유치환 : (1908 – 1967) 시인·교육자로 경남 충무에서 한의사 아들로 출생.
동래고보 졸업. 연희전문 중퇴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1937년 통영협성상업학교 교사가 된 뒤 교육계에 종사.
1937년 문예동인지 〈생리 生理〉를 주재했고, 1939년 첫 시집 〈청마시초〉를 펴냈으며,
1940년 가족을 거느리고 만주에서 농장관리인으로 일하다가 8·15해방 직전에 귀국하여 통영여자중학교 교사로 근무,
해방 직후 생명에의 열애를 노래한 점에서 서정주와 함께 '생명파 시인'으로 불렸으나,
1967년 교통사고로 사망. 1950년 서울특별시 문화상, 1958년 자유문학상,
1962년 대한민국 예술원상과 부산시 문화상 등을 받았음.
유치환님은 초등학교 시절에 알게 된 권재순과 결혼했으며,
광복 후 귀국하여 통영여중 교사로 있을 때 연인 이영도를 만나며
20년간 5천통의 편지를 한 여인에게 보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행복'은 바로 이영도에게 보낸 편지이자 서간체의 시입니다.
일본에 가서 아나키스트 사상(극단적인투쟁의식)에 심취되기도 합니다.
곧장 전해지는 메일이 아니라, 문자 메시지도 아닌
마음을 차분히 내려놓으며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편지 한 통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정성을 담아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한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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