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8일

(도쿄), ' 선생님, 저 공무원 시험 합격했어요' - 3/18(금)

여러분,
 
어제 아침에 제 주변에서 일어난 기쁜 얘기 하나 해 드리겠습니다.
 
어제 오전에 갑자기 전화 한 통이 와서, " 선생님, 저, 지금 막 공무원 시험
합격통지를 받았어요. 그래서, 이 소식을 제일 먼저 선생님한테 전하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이번에 합격하면, 꼭 선생님께 제일 먼저 전화
드려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올 3월에 일본 타꾸쇼쿠대학을 졸업하는 야마다상한테서 온 전화 였습니다. 
" 저, 이번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건 다, 선생님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전화했습니다. 선생님,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
 
야마다상은 2년전에 제 토요일 저녁 영어교실에서 저한테 영어를 배운 일본
대학생입니다. 그때, 야마다상이 대학 3학년이었고, 3학년 2학기부터 구직
활동을 하면서, 토요일 저녁에는 제 교실에 와서 영어를 공부했었습니다.
그때, 야마다상은 제 토요일 수업에 와서, 수업때마다, 일본말로 ' 나루호도~!,
나루호도~! '를 연발하던 친구인데, 우리말로 ' 아,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의
뜻입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대학교 수업에서도 잘 이해가 안 가던 영어 문법이
너무 쉽게 이해가 되니까, 수업때마다, ' 나루호도~!' 를 연발 했었습니다.
 
그때 야마다상은, "선생님, 매주 금요일 대학교에서 영어 수업 듣는데, 뭘 배우
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선생님 수업에 오면, 3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이
이해가 돼요. 저, 토요일 저녁에는 어떤 것보다도 선생님 수업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 내동생도 꼭 데려오고 싶은데.....".
 
그러면서, 야마다상이 제작년 12월말에 고향에 내려가 있는 동안 제게, 이메일을
한통 보내 와서, " 선생님, 저는 선생님으로부터 영어 외에도 ' 열정, 노력, 투지'를
봅니다. 저는 지금까지 누구를 본받아 보고 싶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이제 제가
제 삶에서 motto로 삼고 싶은 분이 계신데, 바로 김 선생님입니다. 제가 선생님
제 삶의 motto해도 괜찮겠습니까? 선생님, 저 지금 선생님이 하라는대로, 맥도
날드에서 영어공부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선생님처럼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년 봄까지 취직자리를 못 잡아서, 대학원을 가기로 일단 정하고, 작년 4학년때는
제 흉내 낸다고, 한국어, 중국어, 영어를 동시에 수강하던 친구입니다. 그러다가,
뒤 늦게 공무원 시험쪽으로 정하고 늦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것입니다.
 
" 선생님, 저 이번에 시험 준비하면서, 사실 준비 기간도 짦고 해서, 정말 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고, 공부하는 중간에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럴때마다
선생님 생각하면서, 정말 꾹 참고 꾸준히 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기적처럼
이번에 합격했어요. 너무 기뻐요...역시, 그동안 꾹 참고 한 보람과 기쁨이 이렇게
큰 줄은 몰랐어요...너무 감사합니다....저, 이제 좀 실컷 놀고 싶어요...선생님, 
저 나중에 도쿄에 올라가면 연락 드릴께요, 꼭 만나주세요..."
 
어제는 이 전화를 받고, 저도 너무 기뻤습니다. 일본은 최근 대학 졸업자의 60%정
밖에 일자리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취업이 어렵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제 토요일 영어 교실에서 같이 공부한 일본의 한 젊은 친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의 통지를 받고, 그토록 기뻐하면서,
" 열심히 한다는 게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이거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라고 말해 주니, 제 나름대로 작은 보람을 느끼면서, 어제 하루종일 정말 뿌듯했습니다.
 
야마다상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더 열심히 하고 싶어졌습니다.
 
2011년 3월 18일 금요일, 동경에서 김 윤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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