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1일

'청산도(靑山島) 2탄 이야기' - 5/21(토)

여러분,
 
제 아침 영어 한마디 독자(박 정희)님께서, 아름다운 섬, 청산도(靑山島)에 다녀오셔서,
주신 '청산도 2탄 이야기' 입니다. 자, 보세요! ( 5월 19일 1탄 보내드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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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태양은 부지런을 떨며 벌써 온세상을 눈부시게 비춰주는 상쾌한 아침입니다.

마음에 담아온 느낌들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잊혀지며 감흥이 달아날까 서둘러

청산도 2탄 이야기를 감행합니다.

 

어제 '구들장 논'에 대한 것을 언급했는데 자세한 것은

척박한 땅을 개척하기 위해 논의 흙을 파낸 후, 돌을 쌓고 그 위에 흙을 쌓아 만든 논이라 합니다.

부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오후엔 '범바위'를 오르게 되었습니다.

330여 미터쯤 되는 곳인데 돌담마다 휘감고 자라는 담쟁이 넝쿨이 정겹기 그지 없었고,

다랑이 논 옆을 지나며 때마침 일광욕을 하는 뱀을 보았습니다.

놀란 나머지 '으악!' 수선을 떨다보니 뒤따르는 사람들 겁먹은 소리가

더 크게 들리더라구요. 아줌마는 무서운게 없다고 했는데 뱀 앞에선 통하지 않나보죠.

 

봄은 꽃잔치 속에 훌쩍 물러가고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날씨는 더워서 어렵지않은 산비탈길을 오르는 수준인데도

비지땀의 절정은 범바위로 착각한 바위에 오르기까지 약 500여미터의 급경사입니다.

다 올라보니 힘든 사람들만 가쁜 숨을 내몰아 쉴 뿐, 만경창파  바다의 숨결은 매우 고르게 찰랑거리고,

'느림 우체통'이라 쓰인 빨간 우체통이 인상 깊게 들어왔습니다.

혼자인 여행이든, 누군가와의 여행이든,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

보내고 싶었으나, 일행과 발걸음을 맞춰야 겠기에 편지를 보내지 못한 그 점이 내내 아쉬울 뿐입니다.

일행한 사람들에게 낭만을 모른다고 핀잔을 주고 싶었지만, 이미 동행한 사람들의 가슴에도

느림의 우체통을 보면서 한 번쯤 보내고 싶은 편지를 누군가에게는 써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범바위'는 어미범이 뒤따르는 새끼 범을 돌아보는 형상으로

오랜 옛날 권덕리 산고개에서 바위를 향해 '어흥~' 하고 소리내 포효하니

이 곳 바위의 울림이 호랑이가 우는 소리보다 크게 울려

나보다 더 무서운 짐승이 여기에 살고 있구나며 도망친 후로 청산도에는

호랑이가 살지 못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그리고 범바위 앞바다에서는 강한 자성이 있어 나침반이 빙글빙글 돌며

작동되지 않는 신비의 장소로 방송을 탄 곳이기도 합니다.

 

완도군 청산면의 청산도는 순환버스를 운행하며 해설사가 함께 동승하여

지나는 곳마다 좌우를 번갈아 돌아보게하며 설명에 바쁩니다.

그중에 '초분'이란 처음 들어보는 낯선 단어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초분'의 뜻을 검색해보니

시신을 땅에 묻지않고 일정기간 짚으로 만든 가묘(假墓)에 장례하는 장례법으로 입관 후,

관을 땅이나 평상위에 놓고 이엉으로 덮어 1~3년 동안 그대로 두는데

초분에 모신 시신이 탈육(脫肉)되고 나면 뼈만 간추려 묘에 이장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는 토속장례의 전형을 보여주며 전라도 남해안 및 서해안 인근 도서지역으로 행해졌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하는데 운이 좋게도 5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90여 살을 넘은 할머니의 초분과  

그 시동생의 묘까지 두 개의 초분을 보게되었습니다.

 

비록 버스안 멀리에서 초분을 보았으나 청산도에 가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것이기에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듯 합니다.

초분장은 호상일 경우에 많이 행하며, 임신중인 부인이 죽었을 때,

불효를 저지른 경우 등에도 포함된다니 

제 생각일 뿐인데요. 육탈을 하는 동안에도 하늘, 바다, 산의 푸르름에 하나되어

생전의 희노애락, 이승의 모든 짊을 덜어내고 가볍게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기까지

예우를 다한 선조들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를 담은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해뜨는 마을 진산리 해변의 반질반질한 '몽돌'이 되기까지

파도는 몇 번의 물결을 철썩거리며 모난 마음을 갈고 닦았을까요? 

바지락을 캐는 아낙들과  옷차림에서도 풍겨오는 낯선 사람들이 섬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청산도 바다는 자기네들끼리만 알아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사방으로 둘러쌓인 산아래 형성된 마을은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그 자체로

느림의 길을 통하여 도시에서 분주하게 살면서 오직 경쟁속에서 따뜻한 인간애를 잊고

매일매일 자신을 돌아볼 틈조차 없이 욕심그릇만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이 자유룰 통해 잃어버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촉매제 역할로 손색이 없을 곳이라 여겨집니다.

 

항시 여운은 남습니다.

청산도 행을 마무리하며 가슴속에 담아두었지만, 전하지 못하고 빠트린 것도 분명 있을텐데

우리가 살아가는 날들에는 여운이 뒤따르는지라 가끔은 조바심이 날 때도 있을겁니다.

그럴 때면 잠시 떠나보세요.

대자연은 언제나 가슴을 활짝 펼수 있도록 그리고 포근히 감싸줄 준비가 되어있으니까요.

 

함께 떠나고 싶은 주변의 사람들과 가깝게는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여행담을

전하는 마음이 조금은 숙연해집니다.

무사히 청산도에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많은 사람들과

마지막으로 바쁜 일상으로 지쳐 정작 쉬어가야할 장호씨를 두고 혼자서 다녀와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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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정희님,

좋은 글 너무 너무 감사하고요, 좋은 주말 되세요!

 

청산도에 가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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