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靑山島)
-- 박 두 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멋 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느끼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 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린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 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뻐꾸기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 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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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6시 반 정읍을 출발하여 청산도에 다녀왔습니다.
완도 연안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약 45분을 달리면 산도, 바다도, 하늘도 푸르러
사람도 푸르러진다 하여 청산도라 하였다는데 가히 맞는 말인듯 했습니다.
보리밭도 밀밭도 까실까실하게 익어가고 마늘이 많이 난다는데 땅에서는
곡식들이 푸르름을 더하는 것 같았습니다.
청산도에는 '슬로 길' 이란 테마의 길이 약 10여 곳에 있는데 처음 들른 곳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 그리고 tv에 방영 된 '봄의 왈츠' 촬영지로 유명세에 오른 곳이었지요.
그 곳에서 푸른 바다를 배경삼아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낮은 돌담에 걸쳐앉아 점심을 먹는데
'독살'이란 것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독살'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선조들의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으로 바다에 돌을 쌓아
썰물 때 밀려들어온 고기들이 밀물지면 그 곳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한 고기를 잡는 방식이라는데
직접 눈으로 확인하여 감회가 깊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한라산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지형을 이루어 점점 낮아져옴에 반해
청산도는 사방으로 약300여 미터에 달하는 산들이 마을을 폭 감싼 듯 아늑하고 평화로운 곳이었습니다.
돌들의 섬 청산도는 농사 지을 땅이 부족해 땅을 파헤치면 나오는 돌들을 쌓아올린
밭둑과 논둑 그리고 돌담이 사방을 둘러볼 때마다 눈에 띄었습니다.
여느 산골 마을과 비슷한 다랑이 논이 대부분인데
신생대 화산폭발의 끄트머리에 해당되는 까닭에
돌들이 단단하지를 않아 잘 부서지는게 특징이라 합니다.
선조들의 애환이 담긴 다랑이 논을 산골 마을에서 간간히 보아왔지만,
청산도의 또다른 특징이 바로 '구들장 논'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구들장 논은 여느 다랑이 논과 다를바는 없지만, 부족한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해
돌 위에 흙을 부어 농사를 짓는 형태로 아궁이에 불을 떼는
구들장을 연상해본다면 쉽게 이해가 될거 같네요.
어젯밤 10시 반 집에 도착해서 장장 16시간이란 여행으로
아직도 여독이 남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전해드리고, 나머지 부분은 정리되는 대로
청산도 제 2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햇님이 서녘 하늘로 달아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저녁을 준비해야 겠네요.
저녁식사 좋은 사람들과 맛나게 드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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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정희님,
너무도 멋진, 청산도, 저도 갔다 온 기분입니다. 이 아름답고 장엄한 시를 읽으면서,
왠지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 같고, 제 앞의 모든 일을 거뜬히 해 낼 수있는 것 같은 힘을 느꼈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시에, 그리고 너무도 멋진 박 정희님의 글에, 저는 감동했습니다!!
저도, 청산도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어요!
너무도 아름다운 시, 저 혼자 보기 아까워서,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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